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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Wish) 리뷰 – 디즈니 100주년, ‘소원’에 담은 감동

by nabisanigangbada 2025. 12. 21.

위시영화관련 사진

 

디즈니가 100주년을 맞아 만든 영화 <위시(Wish)>.
사실 처음엔 “또 디즈니식 소원 이야기겠지”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
디즈니가 지난 100년 동안 말해온 이야기들을 하나로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작품이었다.

화려한 비주얼과 귀에 감기는 음악은 여전히 좋았고,
무엇보다 '소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예상보다 깊었다.

 

배경은 마법의 왕국 로사스, 하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현실적

이야기의 무대는 소원이 모이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소원을 ‘왕 마그니피코’에게 맡기고 살아간다.
언젠가 이루어질 거란 희망 하나로, 매일을 버티는 사람들.

주인공 아샤 역시 이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깨닫는다.
“왜 어떤 소원은 선택되고, 어떤 소원은 잊혀질까?”
겉으로는 모두의 소원을 지켜주는 왕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허락한 소원만 남기는, 일종의 ‘통제된 희망’이었음을 알게 된다.

스토리는 전통적인 디즈니식 선과 악의 구도를 따르면서도,
그 안에 권력, 선택, 자유 같은 무거운 주제를 섞어 넣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동화처럼 볼 수 있지만,
어른들은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다.

 

소원이라는 주제에 진짜 질문을 던지다

 

아샤는 별을 만나고, 조금씩 생각이 바뀐다.
“내가 바라는 건, 내 소원이 아니라 모두의 소원이 지켜지는 세상.”
그녀는 큰 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소녀지만, 그 마음 하나로 세상을 바꾸려 한다.

<위시>는 이 지점에서 다른 디즈니 영화들과 살짝 결이 달라진다.
화려한 모험이나 전투보다,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까?” “내가 바라는 진짜 소원은 뭘까?” 같은
아주 개인적이고 조용한 질문에 집중한다.

이게 꽤 묵직하게 와 닿는다.
소원은 누구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품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메시지.
그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다.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작화, 그리고 감정을 이끄는 음악

 

작화 스타일은 정말 말 그대로 **‘디즈니 감성 그 자체’**다.
수채화 느낌의 배경과 3D 캐릭터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화면이 마치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느낌이라서,
눈이 정말 즐겁다.

그리고 별.
이 캐릭터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지만,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순수한 감정들을 전달한다.
어린이에게는 사랑스러운 존재,
어른에겐 ‘희망’ 그 자체로 보일 수 있는 존재다.

또 하나, 음악!
뮤지컬 넘버들은 전형적인 디즈니 스타일이지만,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게 감정을 건드린다.
특히 ‘소원’을 반복해서 변주하는 메인 테마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머릿속에 오래 맴돈다.

 

<위시>는 단순히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뻔한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루어지지 않아도 소원은 의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원은 남이 대신 이뤄주는 게 아니라,
내가 품고 선택하고 지켜가는 것임을 조용히 알려준다.

이 영화는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 와닿는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지도자, 다 해주는 왕, 내 소원을 알아주는 누군가에 대한 기대.
그런 환상을 경계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결국 아샤의 여정은 영웅담이라기보다,
우리 삶에서 누구나 겪는 작고도 중요한 선택들의 연속처럼 보인다.
이게 위시가 전하는 진짜 감동이다.

 

 디즈니 100주년의 의미, 그 응답으로서의 위시

100년 동안 디즈니는 수많은 ‘소원’ 이야기를 해왔다.
피노키오, 신데렐라, 인어공주, 모아나…
그런데 위시는 그 모든 이야기의 **‘다음 챕터’**처럼 느껴진다.

별, 마법, 노래, 용기 같은 익숙한 요소들은 여전히 있지만,
이젠 결말보다 그 소원을 어떻게 마주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과거를 오마주하면서도, 확실히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영화다.

<위시>는 흥행 성적이나 평점으로만 평가하기엔 아까운 영화다.
디즈니의 철학을 가장 담백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소원을 믿는다는 것, 그 자체가 희망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위시>.
별에게 비는 소원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그리고 다르게 이야기한 영화다.

디즈니의 팬이라면,
혹은 요즘 나의 소원은 뭔지, 그 소원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고 싶다면,
<위시>는 분명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